실용과 전통의 아이콘, 버버리의 이야기
버버리(Burberry)는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트렌치코트와 체크 패턴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트렌디함이나 럭셔리함을 넘어서, 실용성과 역사성을 기반으로 성장한 브랜드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버버리는 실제로 영국 군인들의 야외복에서 시작된 브랜드이며, 그 정체성은 오늘날에도 브랜드의 DNA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버버리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왜 ‘단순한 외투 브랜드’를 넘어 세계적인 아이코닉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그 숨겨진 이야기들을 소개해드립니다.
1. 야외복을 위한 발명 – 개버딘과의 첫 만남
버버리의 시작은 1856년, 영국 햄프셔 지역에서 토머스 버버리(Thomas Burberry)가 설립한 작은 아웃도어 의류 매장에서부터입니다. 당시 그는 날씨 변화가 심한 영국 기후에 맞는 기능성 소재를 고민하다가, 통기성과 방수성이 뛰어난 소재 ‘개버딘(Gabardine)’을 개발하게 됩니다. 이 소재는 비를 막으면서도 무겁지 않고, 활동성이 좋아 야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1890년대에는 남극 탐험가나 산악인들이 버버리 제품을 착용하며 브랜드의 기능성과 내구성을 입증하게 되었고, 이후 군복 제작 의뢰까지 받으며 본격적인 성장의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2. 전장에서 태어난 트렌치코트의 상징성
버버리의 가장 상징적인 아이템인 트렌치코트는 1차 세계대전 당시 탄생했습니다. 영국 국방부는 참호전이 중심이었던 전장에서 방수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외투가 필요했고, 이에 버버리가 제작한 군용 코트가 바로 지금의 트렌치코트입니다. ‘트렌치’는 참호(Trench)에서 유래한 단어로, 어깨의 견장(계급 표시용), D링(장비 고리), 스톰 플랩(빗물 방지) 등은 실제 전투 상황을 고려해 디자인된 기능 요소입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이 기능적인 디자인은 우아하면서도 강인한 인상을 주는 패션 아이템으로 받아들여졌고, 특히 영화 속 배우들이 착용하면서 대중적 인기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3. 체크무늬 하나로 만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버버리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상징은 바로 버버리 체크(Burberry Check)입니다. 1920년대, 트렌치코트 안감에 처음으로 이 패턴을 적용하면서 브랜드 고유의 시각적 정체성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후 스카프, 우산, 가방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되며, ‘버버리 체크’는 단순한 패턴을 넘어 브랜드의 품격을 상징하는 시그니처가 되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체크 패턴의 과도한 노출로 브랜드 이미지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리카르도 티시(Riccardo Tisci)와 같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합류로 고급스러움과 현대적인 감각을 동시에 갖춘 디자인으로 재정비되었습니다. 지금의 버버리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변화하는 시대에 맞춘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기능에서 아이코닉으로 – 버버리는 시대를 입었습니다
버버리는 단순히 멋진 트렌치코트를 만드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역사, 실용성, 정체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전쟁터에서 태어나 일상 속 클래식 아이템이 된 트렌치코트, 그리고 브랜드를 단숨에 인식하게 만드는 체크 패턴은 버버리가 단순한 의류 브랜드를 넘어, 브리티시 헤리티지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오랜 역사를 품고도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버버리는, 오늘날에도 시간을 초월하는 스타일의 본보기로 남아 있습니다.